[몿지니의 꾸러미] ‘춤과 표정’ 편
‘몿지니의 꾸러미’는 매월 하나의 주제로 <몿진>을 기획하고 글감을 구성하면서, 몿지니들이 영감을 받았던 재료들을 한데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16호는 ‘춤과 표정’을 테마로 보코와 소영이 함께 채집한 영감의 꾸러미를 풀어봅니다. 일상 속 무궁무진한 우리들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감독 아녜스 바르다, JR (2017)
스스로를 작고 통통한 수다쟁이 할머니라고 칭한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와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젊은 사진가 JR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원제는 ‘Visages, Villages’로, 직역하면 ‘얼굴들, 마을들’ 정도가 되겠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투닥대면서 유럽의 작은 마을 곳곳을 함께 여행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삶이 어떠했는지 묻고 그들의 얼굴을 사진에 담는다. 그렇게 폐광촌 주민, 평야의 농부, 부둣가 노동자, 우체부의 얼굴이 마을 한 켠 커다랗게 내걸린다. 그들의 ‘표정’에는 그들이 살아온 삶과 시간이 담담하게 배어 있다. 마치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처럼.
영상 <전 세계의 탈>
이번 호 테마인 ‘춤과 표정’에 걸맞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자료를 조사하면서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탈을 만났다. 현존하는 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9,000년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굴을 의인화한 모양의 도구는 이미 30,000~40,000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탈은 초기에는 종교적 의례와 신성한 권위를 드러내는 목적으로 보호, 사냥, 스포츠, 전쟁 등에 쓰이다가 이후 축제, 놀이, 공연 등에 활용되며 다양해졌다. 아프리카, 이집트, 이탈리아 베니스, 에콰도르, 일본, 티벳, 그리스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전통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발달해왔다. 전 세계의 탈을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을 소개한다. 각 지역에서 생과 죽음, 기쁨과 슬픔, 인간과 신의 관계를 어떻게 상징화하고 표현해왔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림, 퍼포먼스 <당신은 아름다운 눈을 가졌군요>
뱅크시 (2005)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성이 얼굴에는 방독면을 쓰고 있다. 여성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방독면 너머 유일하게 보이는 눈빛으로만 겨우 짐작할 뿐이다. 영국의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뱅크시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림에만 그치지 않는다. 뱅크시는 모자를 쓰고 얼굴에 수염을 달고 이 그림을 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방문했다. 그리고선 미술관 빈 벽에 자신의 작품을 달았다. 변장한 얼굴로 그 어떤 표정도 들키지 않고. 관계자가 알아차리기 전까지 2시간 동안 이 작품은 세계의 권위 있는 미술관에 걸렸다. 이쯤 되면 ‘장난스러운 작품’과 ‘걸작’은 한 끗 차이인 걸까, 예술 작품의 권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나저나 방독면을 쓴 여성이 낯설게만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당신은 아름다운 눈을 가졌군요’는 마스크로 가려진 타인의 표정을 보며 건넬 수 있는 현실 가능한 찬사가 아닌가 싶다.
춤 <발리 전통춤 Balinese Dance >
눈의 움직임 또한 춤의 일부인 춤이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전통춤이다. 전통적으로 춤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종교의식의 일부로 자연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온 몸을 움직이는 전체적인 몸짓 뿐만 아니라 눈과 표정 역시 중요하다. 단순히 눈이 손을 따라가는 정도가 아닌, 음악에 맞춰 어떻게 눈을 움직이며 감정을 전환할지 엄격하게 안무된다. 눈을 얇게 뜨며 고개를 돌려 갑자기 크게 뜨고 절대로 깜박이지 않거나, 공처럼 눈을 튀어 나오게 하거나, 오른쪽과 왼쪽의 각도를 조정하는 등 눈의 움직임을 극적으로 구성한다. 이를 통해 행복, 슬픔, 분노, 두려움, 사랑 등의 감정을 표현한다. 동남아시아 다른 나라에선 드문 표현이라 한다. 처음 이 춤을 본 이들에겐 과장된 표정이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눈부터 발끝까지 조절하며 추는 이 춤을 잘 출수록 그의 영적인 능력 또한 성장한다고 여겨진다.
영상 <카카오프렌즈 댄스스페셜>
숫자로 삐삐암호를 쓰다가, 문자로 웃음과 눈물을 찍고, 이제 내가 만든 아바타에 내 표정을 입히기까지! 우리의 감정을 더욱 직관적으로 소통하는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해왔다. 카카오프렌즈의 프로모션은 갈수록 거대해져 거슬리지만, 나는 여전히 라이언과 어피치를 귀여워한다. 디자이너는 내 맘을 꿰뚫었다. 나의 어줍잖은 문장들을 뒤로한 채, 그들의 깨방정을 나의 표정으로 입는다. 이 아이들이 발 동동 구르고, 까르륵 넘어가며 까불거릴 때, 나도 이들처럼 둠칫둠칫 춤추고 있다. 일상의 좋은 춤선생님이기도 하다. 이 영상은 이모티콘으로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 ‘레하이모티콘tv’ 에서 2017년 제작한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들 중 춤추는 캐릭터들만 모은 영상이다.